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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이 모든 고통을, 벗어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나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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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서평] 조지아 브래그, 옛사람의 죽음 사용 설명서 - 피할 수 없다면 해학으로! 책 제목에 의지해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. 소위 어그로를 끄는 것은 유튜버든 신문기자든 출판사든 다 마찬가지다. 내가 원한 것은 죽음관이 아니었나 싶다.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심지어 나는 이 책이 우리 선조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일거라 기대하기까지 했다. 그러나 책 자체는 재미있다. 유명한 사람들.. 그러니까 투탕카멘에서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인물들의 실제 죽음이 어떠했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. 현대적인 상식을 풍부하게 갖춘 인물이 담담을 넘어 시니컬하게 전해주는 그들의 몸 상태와 죽음은 비참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고통스럽지 않다. 온몸에 균이 퍼졌고, 열이 얼마나 올랐으며, 피를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뽑아냈는지, 그 상처는 어떻게 변해갔는지.... 따위의 끔찍할 법한 이야기를 늘어.. 2023. 3. 27.
소설은 오랫만인데, 이육사라니! - 고은주, <그 남자, 264> 이육사의 시를 처음 읽은 건 초등학교 고학년때쯤? 그때부터 이육사의 시를 계속 접했다.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했듯. 이육사의 시는 참 묘하다. 조국, 민족, 독립, 왜정시대의 고통, 그런 것들로 점철되어 있을 듯한데, 사실은 그렇지 않다. 그의 시는 미지의 것들에 대한 두근거림과 마음 속 고향을 완성하고픈 열망, 시인으로서의 예술적 동경과 야망, 그리고 로맨스까지.... 그 모든 것들이 섞여 있다. 고은주 작가의 장편소설 는 내가 시에서 본 이육사의 모습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준다. 작품의 스토리는.... 나 처음엔 실망할 뻔했다. 작품 속 화자는 2인이다. 처음 나오는 화자는 육사의 숨겨진 여인. 실제로 육사에게는 비밀의 여인이 있었다고, 육사의 절친이라고 할 신석초 시인이 말했다고 한다. 먼 발.. 2023. 3. 25.
무문관에서 꽃이 되다, 탄하 삼성선사 최만희 엮음, , 운주사, 2007 그냥 읽고 지나가려다, 마음이 아려서 리뷰를 쓴다. 수도하는 사람들 가운데 뚝심 없고, 고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. 수도자가 되고, 그 길을 계속 간다는 것만으로도 그 성격의 유별남은 보장된 것이다. 그런 사람들 가운데도 유독 더 단단한 성벽을 가지면, 수행자도 유명해지고 존경받을 수 있는 것일까. 혹은 성공적인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일까.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. 탄하 스님은 표지에 실린 사진으로 보아도 책 내용으로 보아도 그 성격이, 뭐랄까, 대단하다! 그가 득도한 것이 맞는가. 활연대오하였는가. 나는 모르겠다. 다만 불교계에서 득도했다고 딱히 인정받지는 못한 듯하다. 그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세상에서나 불교계에서나 아웃사이더로 보인다. 스님의 세계에도 가.. 2023. 3. 24.
요네하라 마리, <문화편력기> 리뷰 요네하라 마리의 인생은 그 자체가 편력일 수도 있겠다. 물론 삶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보냈지만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보낸 소녀 시절과 러시아어 동시통역사라는 그의 직업이 그의 정신을 편력하는 정신으로 만들었을 것이다. 이 책은 그러한 편력하는 정신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. 더불어 그만의 촌철살인의 재치도 읽는 이를 기쁘게 한다. 다만, '마녀의 한 다스'에 이어 두 번째로 마리의 책을 읽다보니 또 좀 다른 느낌이 들었다. 출판사 책 소개에서 말한 바, 소위 '균형잡힌'에 대한 이야기이다. '마녀의 한 다스'에서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그렇고, 마리는 어떤 한 가지의 사상이나 주장을 고집스레 펼치는 촌스러운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. 그러나 곰곰 읽다보면,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리 또한 자신만의 생각의 벽, .. 2009. 12. 19.
육체와 정신의 조화-'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', 케이트 윌헴름 재미있는 소설은 읽다가 다른 일 때문에 책을 덮어야 할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. 그 책의 빛깔, 혹은 마지막 부분 어디쯤의 한 마디나 이미지가 온통 머릿속에 둥둥 울리는 것이다. 그리고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은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, 혹은 평상시보다 더 잘 집중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. 그리고 이런 개인적인 기준을 적용시켰을 때 이 책은 매우 재미있으며 동시에 좋은 소설이다. 인간복제나 클론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다룰 수도 있구나 싶었다. 같은 인물을 복제한 한 무리의 형제들. 일란성 쌍둥이가 보여줄 수 있는 아주 특이한 예외적 현상의 확대와 심화, 그리고 보편화. 그런 설정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흥미로운 여러 설정을 헤치고 그런 복제적 상황(?-편의상.. 하하)속에서 다.. 2009. 11. 30.
풍수지리와 청소-'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', 캐런 킹스턴 사실 전 실용서가 싫었습니다. 실용서는 뭐랄까요, 현재의 가치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준 위에서 자신에게 어떤 것이 유리한가만을 추구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. 뭐.. 꼭 그런 이유로 실용서를 안 좋아한건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. 글쎄, 사람의 취향이란 게 일단 싫고나서 이유가 있는 거지, 꼭 이유가 있어야만 싫은 건 아니잖아요? 이 책은 제가 실용서로 산 두번째 책입니다. 첫번째 책은 "메모의 기술"이었는데 책장 어딘가에 아직 얌전히 꽂혀 있습니다. 아무래도 정리의 대상이 되어야 할 듯합니다. 간단하게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아아, 이런 실용서도 있군요! 이것이 제 소감입니다. 실생활과 정신 세계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전제 위에서 쓰인 책이라서 그럴까요? 숨겨진 정신 세계는 일단 제쳐두고 당신의.. 2009. 11. 30.